재생에너지 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계속 준공돼도 실제로 전력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존 전력체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설비를 더 짓는 방식만으로는 100GW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다.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의 구조적 한계
현재 전력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전국으로 보내는 구조다. 이 방식은 과거 화력·원자력 중심 체계에서는 효율적이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한계가 분명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송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지역 곳곳에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송전 인프라 확충은 속도가 느리다. 그 결과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발전소가 있어도 실제 전력은 계통에 연결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반복된다. 이는 설비 확대와 실질 수용 능력 사이의 괴리를 키우고 있다.



해법으로 떠오른 지역 중심 전력시장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쓰는’ 전력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지역 단위에서 전력 생산과 소비를 균형 있게 맞추면, 장거리 송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분산에너지 특구, 지역 전력시장 도입 같은 방식이 거론된다.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 수요처가 직접 거래하거나, 지자체가 주도해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모델이다. 이는 송전망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와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제도와 요금 체계 개편 없이는 한계
다만 지역 전력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망 이용요금과 전기요금 체계는 중앙집중형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지역 간 전력 거래를 활성화하기에 제약이 많다.
직접전력거래(PPA) 제도 개선, 지역별 요금 신호 도입, 지자체와 지역 공기업의 역할 확대 등이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단순한 실증사업이 아니라, 전력시장 구조 자체를 단계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분산형 전력체계는 정착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다음 단계
이제 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집중형 전력망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 주도의 분산형 전력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100GW 시대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설비 확대 → 계통 병목 → 출력제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전력 생산과 소비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